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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식 원장의 진료일기
강윤식 원장의 진료일기
제목 음낭으로 이사온 탈장 인공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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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08-02 13:47

조회수 2646

35세 남성분의 이야기입니다. 2017년 9월 모 병원에서 복강경 인공망 탈장수술을 받았습니다. 복강경 인공망 탈장수술은 배에 구멍을 뚫고 배 속에 넓은 인공망을 펼쳐서 탈장 구멍 앞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수술 방법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엉뚱하게 음낭 부위의 피부가 까맣게 죽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상처가 벌어지면서 속에 하얀 인공망이 드러나 보이더랍니다. 뱃속에 펼쳐 넣은 인공망이 있어야 할 곳을 떠나 한참 아래 동네인 음낭까지 이사를 와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지요.

그래도 다행히 치료를 받으면서 상처가 아물었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수술한 자리가 다시 불룩하게 나온 것입니다. 탈장 구멍은 막지 않은 채, 앞에 쳐 놓았던 가림막이, 이사를 가버렸으니 탈장이 재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봐야겠지요. 이분은 고민 끝에 저희 병원을 찾아 왔습니다.

진찰 상 탈장은 확실했고, 음낭 위에서 아래에 걸쳐 기분 나쁜 느낌으로 딱딱한 인공망이 만져졌습니다. 지난 번 수술 직후에 이사온 인공망이 확실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초음파검사로 간접서혜부탈장임을 확인하고 국소마취를 한 후 맞춤 강윤식 탈장수술을 튼튼하게 잘 마쳤습니다. 그런데 손에 딱딱하게 잡히는 인공망을 의사의 양심상 도저히 그냥 방치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밑에 내려와 있는 인공망은 이번에 재발한 탈장수술을 하는 부위보다 한참 아래 쪽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공망을 제거해야만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젊은 환자분이 평생 불편하게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하니 그대로 수술을 끝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공망 제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공망 제거는 보통 어려운 수술이 아닙니다. 주변 조직들에 돌처렴 단단하게 들러붙어 있어서 이걸 떼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자칫 주요 신경이나 혈관 손상도 곧잘 발생합니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제거수술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탈장수술은 15분 만에 마쳤는데 인공망을 제거하느라고 1시간 이상을 더 사용했습니다.

인공망은 이토록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원흉입니다. 보통 가장 흔한 합병증은 만성적인 악성 통증이지만, 이렇게 인공망이 이사를 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결과 주변의 장에 천공이 생기고 혹은 방광에 천공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건 아주 치명적인 합병증이지요. 그런 면에서 음낭 쪽으로 이사를 한 이 남성의 인공망은 그나마 좀 착한 녀석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인공망이란 녀석은 trouble maker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trouble maker 인공망을 몸 속에 넣는 탈장수술을 그래도 받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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